정부가 ‘검은 유착’ 부추기나
정부가 ‘검은 유착’ 부추기나
  • 박노창 기자
  • 승인 2005.09.01 17: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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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검은 유착’ 부추기나
 
  
재건축 시공사 최저가 입찰제 도입 반대 확산
건설업계 ‘담합 의혹’ 불똥 우려 재검토 촉구
정부가 재건축사업의 시공사 선정방식에 최저가입찰제를 도입키로 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관련업계의 반발 움직임이 커지고 있다. 무엇보다 최저가입찰제가 조합-시공사간 담합을 양산해 낼 수 있다는 전문가들의 지적이 잇따르면서 시행시기를 늦추더라도 충분한 사전검토작업이 선행돼야 한다는 지적이다.
특히 지명경쟁입찰 방식의 경우 조합-시공사간 담합 소지가 발생할 가능성이 높아 “원점에서 재검토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재건축사업 시공사 선정기준(안)에 따르면 지명경쟁입찰의 경우 총회에서 선정한 5개 이상의 업체에게 입찰제안서를 받아 그중 조합이 작성한 예가의 80% 이상 중 최저가 제시 업체를 낙찰자로 보도록 규정하고 있다.
재건축 전문가들은 “이럴 경우 사전에 조합과 미리 짜고 예가를 조정한다든지, 시공사간 ‘봐주기 식’ 가짜 입찰제안서를 남발한다든지, 사업권을 나눠먹기 위해 들러리를 서준다든지 하는 등 음성적인 뒷거래를 부추길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어 “일선 현장에서는 예기치 못한 일이 비일비재 하기 때문에 제도의 허점을 악용하는 사례가 충분히 일어날 수 있다”고 덧붙였다.
또 ‘공사비 거품을 빼 조합에도 유리하다’고 주장해 온 정부 입장에도 일선조합들의 반응은 회의적이다. 우선 조합 스스로 적정한 예가를 산정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지 못했다고 인정하고 있다. 조합 입장에서는 적산업체에 용역을 맡겨야 하는데 현실적으로 용역비도 만만찮다. 용역비 과다 여부나, 적정 예가 산정에 대한 일부 조합원들의 ‘꼬투리 잡기’식 비판이 생긴다면 자칫 사업추진에 걸림돌로 작용할 수도 있다는 얘기다.
한 재건축조합 관계자는 “재건축사업의 경우 최저가입찰제는 이미 어느 정도 실현이 되고 있는 상황”이라며 “시공사 선정이 어떻게 이뤄지는 지 현장의 목소리를 듣지 않고 겉으로만 판단하기 때문에 이런 비합리적 기준안이 나오는 것 아니냐”고 비판했다.
또 지난 27일부터 ‘뇌물이나 향응제공시 최장 1년간 영업정지’를 골자로 한 건설산업기본법이 본격 시행됨에 따라 건설업계는 초비상 사태로 돌입했다. 건설업계 입장에서는 ‘엎친데 덮친격’이다. 최저가입찰제, 건산법개정 등에 대해 드러내놓고 반발하고 있지는 않지만 불편한 심기를 숨기지는 않고 있다.
한창 수주전이 벌어지고 있는 서울, 부산 등 재개발 지역에서 개정법 시행 뒤 첫 ‘희생양’이 나오지 않을까 노심초사하고 있는 분위기다.
한 건설사 관계자는 “정부의 청와대 눈치보기가 도를 넘어서 ‘업계 죽이기에 나선 게 아니냐’는 의구심이 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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