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건축·리모델링 정책 형평성이 필요하다
재건축·리모델링 정책 형평성이 필요하다
  • 신동우 회장 / (사)한국리모델링융합학회
  • 승인 2024.04.18 1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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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우징헤럴드] 현 정부는 2022년 대선 공약으로 재건축·재개발 활성화를 통한 주택공급을 약속하고 이를 추진해 왔다.

물론 선거용 표 계산이 깔린 공약이라는 우려도 있었지만, 전임 정부가 실패한 부동산 문제의 심각성은 모든 반대 논리를 잠재웠다.

하지만 당시 부동산 경기에 맞추어 제시되었던 주택정책은 시간이 지나며 그 실효성에 대한 의문이 붙고 있다. 경기 하락과 고금리, 물가 상승 등의 급변한 경제 상황과 맞물려 정비사업을 추진하던 대부분의 노후단지에서 경고등이 울리고 있다.

수도권의 한 노후단지의 사례를 보자. 이 단지는 준공 30년이 지나서 주차난과 누수 문제로 골머리를 앓고 있어서 정부의 재건축사업 규제 완화에 대한 기대가 무척 크다. 그러나 현재 용적률은 210%이고, 지구단위계획이라는 도시관리 규제로 인해 실현 가능한 용적률은 230%에 불과해 재건축사업을 할 경우 세대수를 감소시켜야 한다.

소위 ‘신도시 특별법’의 대상 단지가 될 가능성도 거의 없다. 뿐만 아니라 최근 시세 하락과 물가 상승에 따라 사업성은 2년 전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악화되었다. 한마디로 재건축사업이 불가능한 상황이다. 

그럼에도 주민의 대부분은 ‘특별법’에 따라 재건축이 가능할 것으로 생각하고 있으며, 주민의 80%가 실제로 재건축을 희망하고 있다고 조사되었다. 그래서 이곳은 현재 재건축을 고수하려는 측과 리모델링을 통해 우회하려는 측의 주민 갈등이 매우 심각하다. 

무엇이 단지와 주민을 위한 것인지에 대한 고민은 없이, ‘재건축리모델링이 서로 배타적으로 이념화 되어버린 듯하다. 우리는 이것이 특정 단지에만 국한된 문제가 아니라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

이러한 가운데 서울시는 지난 3월 27일, '정비사각지대 사업성을 끌어올리는 재건축 사업지원 방안 10종 대책'을 발표했다. 마치 영화 라이언일병 구하기를 연상시킬 정도로 재건축 활성화에 올인하는 듯한 정책이다.

물론 일부 단지들이 정책 수혜의 대상이 되겠지만, 이를 비껴가게 될 수많은 단지들의 상실감은 더욱 커질 수밖에 없을 것이다.

국토부 통계에 따르면 1980년 이후 공급된 공동주택 중 30년이 경과한 노후 아파트의 규모는 2022년 현재 151만세대이며, 2032년에는 518만세대까지 이를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국내 주택의 절반 이상이 노후화된다면, 이는 심각한 문제가 아닐 수 없다. 이를 모두 재건축 없이 해결하기도 어렵겠지만, 모두 ‘재건축만을’ 통해서 해결하겠다는 것은 불가능하다. 

되돌아보면 정부는 2000년대 초반부터 1기 신도시의 노후화를 예견하고 2001년부터 공동주택 리모델링을 제도화했다. 또 2020년부터는 건축물관리법을 시행하여 공급 위주의 주택정책에서 ‘주택의 관리 기능’을 대폭 강화해 왔다.

이러한 정책들에서 우리는 주택의 장수명화와 자원의 재활용, 저탄소·저에너지 등 우리 사회와 지구촌 문제의 현안을 꿰뚫는 정당한 정책 논리와 목표를 볼 수 있었다. 

대통령과 장관, 그리고 시장의 임기 중 몇 개의 단지에서 재건축의 첫 삽을 뜰 수 있을지는 모른다. 그러나 이것만이 정책의 목표가 아니라면 현 정부의 재건축 정책에서 현실성, 실효성, 형평성, 지속가능성 등 어느 것 하나 시원한 답이 보이지 않는다.

주거는 국민들이 행복을 체감하는 핵심적인 기반으로 국가 정책에서 매우 중요한 우선 순위를 가진다. 이제 선거도 끝나고, 앞으로 2년간 더 이상의 큰 선거는 없을 것이다.

이 시점에서 재건축 위주의 현 정책은 시장 전체를 대상으로 큰 틀에서의 보완이 필요하며, 그 핵심은 시장경제의 논리에서 ‘재건축’과 ‘리모델링’ 정책 사이의 형평성 회복이라고 할 것이다. 국민 모두가 안전하고 쾌적한 공동주택에서 거주할 환경을 지원하는 것도 정부와 지자체의 당연한 책무이기 때문이다.

신동우 회장 / (사)한국리모델링융합학회, 아주대학교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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