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개발·재건축 ‘조합직접설립’ 밀어붙이는 서울시…사업장 혼란 부추긴다
재개발·재건축 ‘조합직접설립’ 밀어붙이는 서울시…사업장 혼란 부추긴다
8년간 외면 당한 제도…편향된 관청 홍보로 곳곳 확산
  • 최진 기자
  • 승인 2024.03.22 11:17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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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착못한 이유 고려없이 편향된 홍보몰이에 혈안
절반 동의로 덜컥 직접설립?…남은 25% 확보 난항 
신통기획과 관련설 의혹…제도점검·손질 선행돼야

 

[하우징헤럴드=최진 기자] 조합 직접설립제도가 일선 정비사업장에 혼란을 불러오고 있다. 여러 문제점으로 지난 8년간 일선 정비사업 현장에 안착하지 못했던 조합 직접설립제도가 이렇다 할 개선도 없이 돌연 관청의 홍보만으로 확산될 조짐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정비업계는 제도의 장점과 긍정적인 가능성만으로 제도를 홍보하기보다는 조합 직접설립제도가 주민들에게 외면당한 이유를 점검하고 제도를 개선하는 것이 선행돼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재개발 첫 사례 이후 일선 현장서 봇물… 장점만 부각돼

최근 재개발·재건축 정비사업 초기 현장들에서는 조합 직접설립제도에 대한 논란이 커지고 있다. 조합 직접설립제도는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31조 제4항에 따라 추진위원회를 구성하지 않아도 된다는 내용을 근거로 시행되는 제도다. 구역지정 과정에서 토지등소유자의 과반수가 조합 직접설립에 찬성할 경우 추진위를 생략하고 곧장 조합을 설립하는 것이다.

사업기간 단축이 곧장 사업성 상승으로 직결되는 정비사업에서 사업절차를 생략할 수 있다는 파격적인 조항이지만, 지난 2016년 제도가 도입된 후 지난해 초까지 조합 직접설립이 시행된 현장은 △양천구 수정아파트 △영등포구 문래진주아파트 △금천구 남서울무지개아파트 단 3곳에 불과했다.

그러다가 지난해 7월 중구청의 적극적인 행정지원으로 신당10구역이 재개발 최초로 조합 직접설립제도를 통한 조합설립에 성공했다. 신당10구역 성공사례 이후 사업속도를 높이고 싶은 많은 정비사업장들의 참여가 이어지고 있다.

현재 △중구 중림동398번지 △동대문구 청량리미주아파트 △동대문구 휘경5구역 △성동구 금호21구역 △강동구 천호A1-2구역 등에서 조합 직접설립제도를 추진하는 움직임이며, 구로구 궁동우신빌라 등 신통기획 선정지역 곳곳에서도 제도 추진을 검토하고 있다.

▲이미 8년 전부터 외면당한 제도… 개선책 없이 홍보만

서울시는 조합 직접설립제도를 활용할 경우 재건축 사례만을 기준으로 약 1년 3개월의 사업기간을 단축할 수 있다고 홍보하고 있다. 또 ‘공공지원’을 강조하면서 추진위 설립에 소요되는 비용을 절감할 수 있다고 강조하고 있다.

정비업계는 제도적 문제점이 남아있는 조합 직접설립제도가 이렇다 할 제도개선 없이 정부·지자체의 편향된 홍보만으로 확산되는 상황을 우려하고 있다. 추진위 방식도 공공지원을 받을 수 있고, 사업기간 단축의 표본도 3곳에 불과하지만 의도적으로 제도 부풀리기가 이뤄지고 있어 부작용이 초래될 수 있다는 것이다. 

업계가 지적하는 개선사항은 우선 조합 설립까지 확보돼야 할 조합설립 동의율이 추진위 방식과 동일한 75%라는 점이다. 이미 정비구역지정 단계부터 압도적인 지지로 조합설립 동의율 요건인 75%를 넘긴 사업장이라면 문제가 없지만, 토지등소유자 50% 정도의 동의율로 덜컥 조합 직접설립 카드를 집어들 경우 남은 25%의 동의율 확보에 경고등이 켜진다는 것이다.

조합 직접설립은 추진위 대신 구청장이 주민협의체를 구성하고 외부전문가를 위원장으로 임명한다. 사업과 아무런 연관성이 없는 외부인이 동의율 달성의 책임자이기 때문에 사업을 완수해야 할 동기가 부족한 상황이다.

또 도움을 받아야 할 협력업체 또한 구청이 정비업체만을 지정해주기 때문에 설계 및 도시계획 등의 협력업체 도움이 사라진다는 점도 아쉬움으로 지적되고 있다.

추진위의 경우 협력업체들의 전문성을 기반으로 토지등소유자들에게 보다 정확한 사업윤곽을 제시할 수 있지만, 주민협의체는 조합설립 이후 협력업체들을 갖추게 된다.

공공지원 홍보에 대해서도 아쉬움이 지적되고 있다. 공공지원 범위가 ‘주민대표 선거를 위한 주민총회’와 ‘조합설립 창립총회’ 비용에 불과하기 때문에 사실상 파격적인 지원사항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과도하게 홍보되고 있다는 점이다. 

무엇보다도 민간 정비사업에서 토지등소유자들의 권리가 전무하다는 점이 문제점으로 지적되고 있다. 추진위 대신 구성되는 주민협의체는 부위원장 1인을 제외한 모든 구성원들을 주민들이 투표로 선출하는 것이 아닌, 구청장이 임명하게 된다. 주민협의체 구성 및 위원장 선출에 대한 세부내용을 구청이 임의대로 정할 수 있어, 토지등소유자들의 의결권이 사실상 조합 창립총회까지 전무한 상황이다.

또 조합운영을 규정할 조합정관과 조합임원 선출기준을 정하는 선거관리규정도 구청이 결정한다. 향후 조합정관 및 선거관리규정을 변경할 수는 있지만, 이 역시 구청장이 허가해야 하는 사안이기 때문에 사실상 사업초기의 모든 결정에서 토지등소유자들의 의견은 효력을 상실하는 수준으로 배제된다.

▲갑작스런 조합 직접설립 확산… 신통기획과 관련?

일각에서는 정비현장 일선에서 잊혀지던 조합 직접설립제도가 갑작스럽게 서울시자치구를 중심으로 홍보되기 시작한 배경에는 서울시 신속통합기획과 깊이 연관됐다고 주장하고 있다. 공공이 주도해 사업의 윤곽을 그려내는 신통기획과 공공이 조합구성에 입김을 불어넣는 조합 직접설립제도가 공공성 강화라는 주제로 일맥상통한다는 것이다.

특히 조합 직접설립제도가 홍보되기 시작한 지난 2022년은 일선 추진위·조합들이 과도한 기부채납에 반발해 신통기획을 하나 둘 이탈하는 시기이라는 점에서 이러한 주장은 더욱 설득력을 얻고 있다. 토지등소유자들의 이익을 중심으로 운영되는 추진위·조합 대신 공공의 입김이 들어간 조합이 설립될 경우 신통기획안을 확정하기에 더욱 수월하다는 것이다.

정비업계 관계자는 구역지정 속도를 높이는 지원책으로 홍보된 신통기획이 일부 현장에서는 공공의 과도한 기부채납을 강요하는 규제로 변질된 것처럼 조합설립에 관청이 관여하는 조합 직접설립제도 역시 공공의 입김에 따른 반발과 부작용이 우려된다라며 조합이 설립되기 직전까지 토지등소유자들의 권한은 단순히 관청의 결정을 받아들이는 거수기 역할이기 때문에 실질적인 사업의 주도권을 공공으로 이양하는 공공정비사업과 성격이 유사해질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구역지정과 조합설립은 별개의 사안이지만, 사업의 밑그림을 결정하는 중요한 시점이기 때문에 향후 과도한 공공성에 반발하는 주민갈등의 단초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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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2024-03-27 11:10:17
조합 비리와 조합장 및 그 밑에 거지들 리베이트랑 월급부터 언급하는것이... 그리고 협력업체에서 돈 못받을까봐 걱정하는 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