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 툭하면 들이대는 ‘표준규정’… 이번엔 ‘운영委’ 논란
서울시 툭하면 들이대는 ‘표준규정’… 이번엔 ‘운영委’ 논란
  • 김하수 기자
  • 승인 2017.02.20 11:1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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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계 “이사·대위원회로도 충분 … 옥상옥 규정”
구성원끼리 분란 우려 … 또 다른 갈등 부추겨

재건축·재개발을 둘러싼 서울시의 각종 ‘표준 운영규정’들이 정비사업 추진의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어 업계의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지난 2015년 시행된 ‘정비사업 예산·회계 표준규정’과 ‘정비사업 표준선거관리규정’에 이어 최근 서울시가 ‘정비사업 의사진행 표준운영규정안’ 가이드라인을 발표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업계에서는 서울시가 ‘표준’이란 이름의 규제 정책으로 재건축·재개발 사업의 각종 규제를 양산하고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시, ‘의사진행 표준운영규정’ 마련…이사회 전 ‘운영위원회’ 구성해야

최근 서울시는 정비사업 추진과 관련 ‘정비사업 의사진행 표준운영규정(안)’ 가이드라인을 마련하고, 이에 대해 정비사업 조합장들의 의견을 청취하기 위한 ‘모범사례 조합 조합장 자문회의’를 개최했다.

정비사업 의사진행 표준 운영규정(안)의 내용은 조합설립추진위원회(이하 추진위)와 조합 운영에 있어 의사결정 과정의 공정성 및 투명성을 확보하기 위해 별도의 회의기구를 만들라는 것이 주요 골자다.

이를 위해 시는 조합장등이 제안한 최초 안건에 대한 검토 및 자문을 받기 위한 기구인 ‘운영위원회’를 구성하도록 했다. 여기서 조합장등은 추진위원장과 조합장을 말한다.

본지가 입수한 서울시의 ‘정비사업 의사진행 표준 운영규정(안)’에 따르면, 운영위원회는 조합장등, 이사, 대의원등을 반드시 포함해 5인 이내로 구성하고, 대의원회의 의결을 통해 선임하도록 했다. 선임방법은 대의원회등에서 별도로 정할 수 있도록 했으며, 이 때 조합장등은 운영위원회의 의장이 된다.

정비사업조합의 의사결정 기구는 이사회, 대의원회, 총회가 있는데 운영위원회 구성 시기는 이사회 전 단계에서 구성돼야 한다.

서울시 관계자는 “일반적으로 총회에 안건이 상정되기 위해서는 이사회와 대의원회 의결을 거쳐야 하기 때문에 이사회 전 운영위원회를 개최, 이 때 나온 회의 안건들을 검토해 이사회에 제출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운영위원회 회의 시 감사는 운영위원회에 참석해 의견을 개진할 수 있으며, 조합장등은 회의안건의 내용 등을 고려해 △조합등 직원 △정비사업전문관리업자, 시공자 또는 설계자 등 조합등과 계약을 체결한 협력업체 △외부전문가 △조합장등 회의운영을 위해 필요하다고 인정하는 자들을 회의에 참석하도록 해 설명 또는 자문하도록 했다.

고현정 서울시 재생협력과 주거정비팀장은 “조합의 일방적인 의사진행으로 인해 총회 시 부적절한 안건이 상정되거나 회의 자료들이 부실해 사업에 대한 인식이 낮은 조합원들의 알 권리가 충족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에 이번 의사진행 표준운영규정(안)을 마련하게 됐다”며 “아직 법이나 조례에 정해지지 않은 가이드라인 성격으로 의무사항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업계, 이사회·대위원회로 충분… “옥상옥(屋上屋) 규정”

하지만 이를 바라보는 업계의 시선은 곱지 않다. 조합 의사결정 과정의 투명성 확대의 필요성에는 적극 공감하나 현재 이사회와 대위원회를 통해 의사결정을 하고 있는 상황에서 굳이 ‘운영위원회’를 또 만들라는 것은 지붕 위에 또 지붕을 얹는 ‘옥상옥(屋上屋)’ 격의 규정이라는 설명이다.

A재건축조합 관계자는 “현재 추진위나 조합에 이사회와 대위원회 등 의사결정 기구가 있는데 굳이 ‘운영위원회’까지 새롭게 구성할 경우 사업기간이 그만큼 늘어날 뿐더러, 회의참석수당도 지급해야 하는 등 조합에서 지출되는 비용도 만만치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B재건축조합 관계자는 “새로운 협의체 구성 시 협의체 구성원 나름대로 파벌을 만들 수 있어 또 다른 갈등이 생길 우려가 있다”며 “특히 운영위원회 구성 시 위원회에 소속된 임원과 그렇지 못한 임원 간의 내부적인 분란이 생길 가능성도 높다”고 우려했다.

C재개발조합 관계자는 “서울시가 정비사업 예산·회계처리에 대한 가이드라인을 만든 후 1년도 채 안돼 조례 개정을 통해 의무화한 것을 비춰 볼 때 이번 규정 또한 조례 개정을 통해 의무화되는 것은 시간문제”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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