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개발시장 전망- 이주비 대출·지자체장 무리한 직권해제 ‘먹구름’
재개발시장 전망- 이주비 대출·지자체장 무리한 직권해제 ‘먹구름’
  • 김하수 기자
  • 승인 2019.01.15 10:5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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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TV 60%서 40%로 축소... 영세조합원·세입자 피해
부족한 이주비 충당위해 대부업체, 사채업자 등 제3금융권까지 동원
주택 노후화 부추겨... 사업장마다 피해 '눈덩이'

[하우징헤럴드=김하수기자] 기해년 새해가 밝았지만 재개발시장은 여전히 암울할 전망이다.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발표된 각종 정비사업 규제책들과 이주비대출 한도 축소, 서울시의 뉴타운 출구전략 등으로 인해 올해 재개발사업 전반적으로 먹구름이 깔릴 것으로 보인다.

특히 투기과열지구 및 투기지역에서 LTV의 40%만 적용하도록 한 이주비 대출규제로 연내 이주를 계획 중인 재개발조합들이 해법을 찾지 못해 혼란을 겪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주비 대출 규제, 영세 재개발조합원·세입자 피해 확산

문재인 정부 들어 강남 재건축시장 투기세력 진입을 막기 위해 시행된 정비사업 이주비 대출 규제 여파가 재개발사업에까지 영향을 미치고 있다. 이에 올해 이주를 앞두고 있는 재개발현장의 경우 향후 사업 추진이 더욱 힘겨워질 것으로 전망된다.

앞서 정부는 지난 2017년 8.2부동산대책을 통해 정비사업의 이주비 대출 한도를 기존 LTV 60%에서 40%로 대폭 줄였다. 문제는 종전자산평가액 대비 이주비 대출 가능액이 기존 60%에서 40%로 절반 가까이 줄자 이주비를 마련하지 못해 이사를 못하는 조합원들이 늘면서 사업이 지연되고 이로 인한 피해가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다는 것이다.

그 결과 이주비 조달이나 중도금 납부가 불가능한 영세원주민 조합원들이 입주를 포기하고 투매를 하거나 현금청산자로 전락하는 상황이 재개발 현장 곳곳에서 연출되고 있으며, 이로 인한 조합원-조합 간 분쟁과 소송 폭증으로 인해 조합들도 정상적인 사업 추진이 어려워지고 있다.

일부 조합들은 부족한 이주비를 충당하기 위해 제2금융권과 외국계 금융사의 문까지 두드리는 등 모든 수단을 동원하고 있지만, 이마저도 금융당국의 제동으로 대출이 쉽지 않은 상황이다.

특히 최근에는 대부업체, 사채업자 등 제3금융권(사금융권)에서 이주비 문제로 진통을 겪고 있는 조합을 상대로 영업을 하는 움직임도 일고 있어 사회적인 파장이 예상된다. 이 경우 고금리 대출로 인한 이자부담은 고스란히 조합원들의 몫이 될 전망이다.

양보열 대조1구역 재개발조합장은 “최근 관리처분을 받고 이주를 앞두고 있지만 은행권 입찰이 들어오지 않아 사업진행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우리 구역은 전체 조합원의 50% 이상이 감정가 2억원 미만의 영세조합원으로 현재의 이주비 대출규제 하에서는 이주가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이주비 대출이 막히면서 애꿎은 세입자까지 피해를 입을 것으로 우려된다. 기존대로라면 집주인이 이주비 대출을 받아 세입자들에게 전세보증금을 돌려주면 되지만 이마저도 어려워지면서 자칫 ‘전세금 미반환’ 사태로 번질 수 있기 때문이다.

박민식 노량진8구역 재개발조합장은 “구역 내 조합원 1/3 이상이 40~50년간 거주하고, 일정 수입이 없는 어르신들로, 전세보증금을 돌려주고 나면 이들은 이사를 할 수 없는 상황”이라며 “현 정부의 이주비 대출규제는 자금여력이 열악한 조합원들에게 결국 그 지역을 떠나라는 얘기와 같다”고 하소연했다.

정비업계 관계자는 “현 정부의 강남 재건축발 규제가 사업 환경이 열악한 재개발사업장에도 영향을 미치며 연내 이주를 계획 중인 재개발조합들은 사업추진에 난항을 겪을 것으로 예상된다”며 “재개발구역 내 장기간 거주한 1가구 1주택자의 영세조합원들이 많은 사업장의 경우 대출규제 예외 조항 등의 개선안을 적용해 사업에 피해가 없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지자체 무리한 직권해제…재개발사업 피해 심각

최근 지난 7년간 서울시가 강도 높게 몰아붙인‘뉴타운 출구전략’으로 인해 정비구역 해제 위기에 놓일 재개발구역도 늘어날 전망이다.

도시정비업계에 따르면 박원순 서울시장이 지난 2011년 10월 시장에 첫 취임 후 뉴타운 출구전략을 시행해 온 결과 총 683개 구역 중 377개가 해제됐다. 자치구별로는 성북구가 36개 구역이 해제돼 가장 많고, △영등포구 30개 △중랑구 29개 △종로구 26개 △동대문구 24개 △강동구 24개 △서대문구 23개 △강북구 20개 △관악구 20개 등의 순으로 나타났다.

재개발구역이 이처럼 많이 해제된 이유는 서울시가 지난 2016년 2월에 조례를 개정해 구역해제를 쉽게 할 수 있도록 했기 때문이다. 정비구역 주민 3분의 1이 해제를 요청하고 찬반투표를 통해 찬성표가 전체의 50% 미치지 못하면 서울시장이 직권 해제로 정비구역을 해제할 수 있게 됐다. 종전에는 주민 50% 이상이 해제를 요청하고 사업 반대표가 50% 이상이어야 정비구역 해제가 가능했다.

이에 정비구역 해제 위기에 놓인 사업지를 중심으로 주거환경 개선을 위해 재개발을 하게 해달라는 주민요구가 잇따르고 있다.

성북구 장위뉴타운에 있는 장위14구역은 서울시의 직권해제 추진으로 해제될 위기에 처했지만 주민투표를 통해 기사회생했다. 장위14구역 주민 34%가 정비구역 직권해제를 요청해 60일간 주민투표를 진행했는데 찬성률이 60%를 넘어 정비구역 해제를 면했다.

종로구 사직2구역은 역사문화보존을 이유로 작년 3월에 서울시가 직권 해제했다. 이후 조합은 서울시와 종로구를 상대로 정비구역 직권해제 및 조합설립인가 취소 무효 소송을 제기해 승소한 바 있다.

북구 성북3구역은 서울시를 상대로 직권해제 효력 정지 처분신청을 제기했고 법원에서 이를 받아들여 연말까지 직권해제 효력이 정지됐다.

정비구역 일몰제로 정비구역이 해제될 위기에 놓인 은평구 증산4구역도 서울시 등에 구역지정 연장을 요청한 상태다. 주민동의율이 75%를 넘어 조합설립인가 요건을 갖췄다는 것이 추진위 측의 입장이다.

업계에서는 기반시설 전면 재정비가 시급한 재개발현장의 경우 정비구역 해제로 인해 도시의 슬럼화가 가속화될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재개발 구역 대부분이 심각한 주택 노후화가 진행 중으로 도로도 좁아 화재 발생시 소방차 진입이 불가능한 곳들”이라며 “지자체의 횡포로 인해 정비구역에서 해제되는 현장이 증가할 경우 장기적으로 공급부족 및 수급 불균형을 초래해 오히려 집값을 상승시키는 부작용을 낳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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