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개발 재건축 조합원들 “원주민 재정착 가로막는 대출규제 폐지하라”
재개발 재건축 조합원들 “원주민 재정착 가로막는 대출규제 폐지하라”
거리로 나선 재개발·재건축 주민들
  • 김하수 기자
  • 승인 2018.12.11 11:3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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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토부·금융위 방문해 집단시위 및 청원서 전달
사업 지연·원주민 이탈 등 영세조합원 피해 확산  

[하우징헤럴드=김하수기자] 정비사업 이주비 대출 규제로 인해 피해를 입고 있는 전국의 재건축·재개발구역 주민들이 생존권 확보 차원에서 정부를 상대로 본격적인 투쟁 모드에 들어갔다.

서울·수도권의 주요 재건축·재개발조합 주민들은 최근 국토교통부와 금융위원회를 방문해 “다주택자 투기 근절을 위해 정부가 꺼내든 이주비 대출규제가 중·서민 영세조합원의 생활기반 붕괴로 이어지고 있다” 고 목소리를 높이며, 현 정부의 정비사업 이주비 대출 정책에 대해 시급한 개선을 요구했다.

▲이주비 대출 규제로 영세 재개발조합원·세입자까지 피해 확산

이들은 지난달 19일 정부세종청사 국토교통부와 서울 종로구에 위치한 금융위원회 등을 방문해 “다주택자로 묶인 1+1 재건축조합원, 투기꾼으로 전락”, “이주비 현실화로 동일권역 이주 보장”, “이주지원제도 시행” 등의 피켓을 들고 현 정부의 정비사업 이주비 대출규제 정책을 강력하게 규탄하는 시위를 벌였다.

이후 국토부·금융위 실무담당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이들은 이주비 대출규제의 불합리성과 이로 인해 실제 현장에서 겪는 피해사례 등을 상세히 설명하고, 규제 완화에 대한 청원서를 제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단체행동에는 서울·수도권의 재개발조합(△대조1구역 △불광5구역 △갈현1구역 △흑석11구역 △노량진 재개발연합회 △제기4구역 △청량리8구역)과 재건축 추진위·조합(△은마아파트 △과천10단지 △대치쌍용1차 △반포주공1단지 1·2·4주구 △방배5구역)의 조합장들을 비롯해 300여명의 주민들이 참석했다.

이들은 정부의 대출규제 정책이 이주비 및 중도금 대출 투기자본으로 악용되는 폐해를 차단하기 위해 도입됐지만, 그 피해는 고스란히 중·서민 영세조합원들에게 전가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특히 이주비 조달이나 중도금 납부가 불가능한 영세원주민 조합원들이 입주를 포기하고 투매를 하거나 현금청산자로 전락하는 상황이 연출되고 있으며, 집단 분쟁과 소송 폭증으로 인해 조합 역시 정상적인 사업 추진이 어려워지고 있다고 토로했다.

앞서 정부는 지난해 8.2부동산대책을 통해 정비사업의 이주비 대출 한도를 기존 LTV 60%에서 40%로 대폭 줄였다. 문제는 종전자산평가액 대비 대출가능액이 기존 60%에서 40%로 절반 가까이 줄자 이주를 앞둔 조합들이 20%의 차액을 메꿀 방법을 찾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조합들이 부족한 이주비를 충당하기 위해 제2금융권과 외국계 금융사의 문까지 두드리는 등 모든 수단을 동원하고 있지만, 금융당국 제동에 대출이 쉽지 않은 상황이다. 특히 최근에는 대부업체, 사채업자 등 제3금융권(사금융권)에서 이주비 문제로 진통을 겪고 있는 조합을 상대로 영업을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경우 고금리 대출로 인한 이자부담은 고스란히 조합원들의 몫이 될 전망이다. 

양보열 대조1구역 재개발조합장은 “최근 관리처분을 받았지만 은행권 입찰이 들어오지 않아 사업진행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우리 구역은 전체 조합원의 50% 이상이 감정가 2억원 미만의 영세조합원으로 현재의 이주비 대출규제 하에서는 이주가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이주비 대출이 막히면서 애꿎은 세입자까지 피해를 입을 것으로 우려된다. 기존대로라면 집주인이 이주비 대출을 받아 세입자들에게 전세보증금을 돌려주면 되지만 이마저도 어려워지면서 자칫‘전세금 미반환’사태로 번질 수 있기 때문이다.

박민식 노량진8구역 재개발조합장은 “구역 내 조합원 1/3 이상이 40~50년간 거주하고, 일정 수입이 없는 어르신들로, 전세보증금을 돌려주고 나면 이들은 이사를 할 수 없는 상황”이라며 “현 정부의 이주비 대출규제는 자금여력이 열악한 조합원들에게 결국 그 지역을 떠나라는 얘기와 같다”고 하소연했다.

▲다주택자 대출규제 불똥, 1+1재건축으로 번져

또한 이들은 현재 다주택자로 분류돼 이주비 대출에 제약을 받고 있는 1+1재건축 조합원들을 다주택자 범위에서 제외시켜달라고 요구했다.

앞서 정부는 9·13 부동산대책을 통해 서울 등 규제지역(투기지역·투기과열지구·조정대상)에서 2주택 이상 보유자를 대상으로 신규 주택담보대출을 원천적으로 봉쇄했다. 또한 재개발·재건축에 따른 이주비 대출도 주택구입 목적의 대출로 간주하고, 분양주택에 대한 중도금 대출 및 잔금 대출 등도 주택구입 목적 대출로 인정키로 했다.

아울러 지난 10월 ‘주택공급에 관한 규칙 일부개정안’을 통해 분양권 소유자는 무주택자에서 제외시켰다. 이에 따라 관리처분인가 후 입주권 두 개를 얻는 1+1재건축 조합원의 경우 2주택자로 간주돼 중도금 대출은 물론 이주비 대출까지 받지 못하는 상황이 연출되고 있다.

현재 서울시 내 1+1재건축을 추진하고 있는 단지는 반포주공1단지(1·2·4주구)와 잠실 진주아파트를 비롯해 한신4지구, 문정동 136, 방배6구역 등으로 주로 강남권에 분포돼 있다.

오득천 반포주공1단지(1·2·4주구) 재건축조합장은 “이미 지난해 말 관리처분인가를 신청한 상황인데 정부가 사전 예고도 없이 갑자기 1+1 재건축 조합원들을 다주택자로 몰아세웠다”며 “정부가 주택공급수를 늘리기 위해서 장려하던 1+1 재건축 제도가 이제는 정부에 의해 애물단지로 전락해 버렸다”고 말했다.

또 다른 재건축조합 관계자는 “주민 대부분이 1주택자로 이곳에서 몇 십년을 거주해왔는데 한 순간에 1+1재건축 조합원이 2주택자로 분류되면서 대출을 제약받게 됐다”며 “집값을 잡겠다고 갑자기 조합원들 돈줄을 모두 묶어버리면 이주를 어떻게 해야 하느냐”고 성토했다.

이와 관련 이들은 1+1재건축 조합원들의 다주택자 판단 여부를 신규주택 보존등기일을 기준으로 하는 법 개정이 시급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날 집회에 참여한 정비업계 관계자는 “1주택 소유 조합원이 1+1 분양신청을 할 경우 주택공급 우선순위에서는 배제하되 입주권 취득일이 아닌 신규주택 보존등기일(이전고시일)을 기준으로 다주택자 지위를 확정함으로서 이주비 및 중도금 대출시 불이익을 당하지 않도록 하는 제도 개선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한편 이날 시위에 참여한 조합 관계자들은 지속적인 규제 개선 요청에도 정부가 묵과할 경우 조합원 수천명이 집결하는 대규모 시위도 불사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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