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건축 초과이익 부담금 부과 후 소송하라” vs “이미 사업진행 큰 차질” 충돌
"재건축 초과이익 부담금 부과 후 소송하라” vs “이미 사업진행 큰 차질” 충돌
헌재 환수제 위헌소송 각하 결정 파장
  • 김병조 기자
  • 승인 2018.04.24 11:2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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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재선 자기관련성·현재성 충족 못했다고 판단
업계 “기본권 침해인데 보류 … 법률 검토 미비” 

[하우징헤럴드=김병조기자] 헌법재판소가 잠실주공5단지·대치쌍용2차 등 11개 재건축조합이 제기한 '재건축초과이익환수에 관한 법률' 위헌소송을 각하했다. 헌재 결정의 요점은 향후 준공인가 시점에서 실질적인 침해행위가 발생한 이후에 다시 위헌소송을 제기하라는 것이다.

이에 대해 일반 국민의 법 상식 수준에 미치지 못한 잘못된 결정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헌재는 자기관련성과 현재성을 충족시키지 못해 아직까지는 위헌 여부의 판단 대상이 아니라고 했지만, 실제로 재건축조합들은 재건축부담금의 영향권 안에 들어와 사업진행에 직접적인 영향을 받고 있다는 점에서 이번 각하 결정이 의외라는 반응이다.

▲자기관련성과 현재성 논란

먼저 헌재가 각하 이유로 내놓은 위헌소송 청구요건인 ‘자기관련성’과 ‘현재성’ 충족에 대한 판단 기준이 적정했느냐 여부가 도마에 오르고 있다. 헌재가 과거 여러 결정을 통해 정립된 결정례에 따르면 ‘자기관련성’이란 위헌소송 청구인 스스로가 기본권을 침해당하고 있어야 한다는 요건이고, ‘현재성’이란 위헌소송을 제기하는 현재 상황에서 기본권을 침해당할 가능성이 있어야 한다는 것으로 이들 요건이 충족돼야 위헌소송이 가능하다.

이에 대해 헌재는 재건축조합들이 자기관련성과 현재성을 충족시키지 못한다고 판단했고, 결국 5~10년이 지나 준공인가를 받고 실제 재건축부담금이 부과된 후 위헌소송을 하라고 판시한 것이다.

하지만 법률전문가들은 현재 재건축조합과 추진위들의 경우 헌재의 정식 판단을 받아볼 수 있을 정도로 이미 자기관련성과 현재성을 충족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우선 자기관련성 측면에서 재건축조합들은 재건축부담금의 부담 주체로서 법률에 이미 명시돼 있다는 것이 이유다.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에 근거한 재건축조합과 추진위이므로 재건축부담금과 관련한 자기관련성이 인정될 수 있다는 것이다.

현재성 또한 ‘도정법’과 ‘재건축초과이익환수법’에 의해 현재 시점에서 기본권을 침해당하고 있어 현재성 또한 충족시킨다는 해석이다.

실제로 재건축조합과 추진위는 재건축초과이익환수법 상 납부의무자로 지정돼 있다. 특히 재건축초과이익환수법에서는 납부의무자의 정의와 관련해 ‘재건축사업을 통해 초과이익이 발생하여 이를 납부하는 자’라고 한정짓지 않고, ‘재건축사업을 시행하기 위한 조합’이라고 포괄적으로 규정하고 있다는 것이다.

즉 ‘초과이익이 발생한 조합’이라는 좁은 범위가 아니라 ‘재건축조합’이라고 명명한 사실에서부터 이미 재건축부담 의무가 부과되고 있다는 해석이다.

재건축초과이익환수법 제6조 제1항에서는 재건축부담금 납부와 관련해 “재건축사업을 시행하기 위해 조합은 이 법이 정하는 바에 따라 재건축부담금을 납부할 의무가 있다”며 “다만, 종료시점 부과대상 주택을 공급받은 조합원(조합이 해산된 경우 또는 신탁이 종료된 경우는 부과종료 시점 당시의 조합원 또는 위탁자를 말한다)이 다음 각 호에 해당하는 경우에는 제2항에 따른 재건축부담금을 납부하여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즉 도정법 규정을 근거로 설립인가를 받은 재건축조합이라면 초과이익 발생 여부를 떠나 일단 재건축부담금 부과 대상에 포함되기 때문에 현재 기본권 침해를 받고 있으며, 아울러 위헌소송에서 요구하는 현재성을 충족시키고 있다는 설명이다.

▲불과 열흘 만에 각하…“제대로 읽어보지도 않았을 것”

헌재가 위헌소송 청구 후 단 열흘만에 각하 결정을 내렸다는 점도 이번 각하 결정이 반발을 사는 이유다. 헌재가 재건축초과이익환수법에 대해 과연 검토 의지가 있었느냐는 의구심까지 일고 있다. 열흘이라는 기간을 감안한다면 A4용지 80페이지 분량의 위헌소송 청구서는 물론 재건축초과이익환수법조차도 검토하지 않았을 것이라는 푸념이 나오고 있다.

그러다보니 사안의 심각성에도 불구하고 면밀한 검토를 외면한 채 각하 결정을 내려 국민의 기본권 침해 상황을 방치해 헌재가 직무 유기를 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문제 있는 법…국회에선 잇딴 법 개정안 발의

국회에서는 재건축초과이익환수법이 문제가 있는 법이라는 인식이 확산되면서 재건축초과이익환수에 관한 법률 개정안 발의가 잇따르고 있다.

우선 지난 5일 이은재 자유한국당 의원은 재건축 아파트를 20년 이상 보유한 사람은 재건축부담금을 면제해 준다는 내용의 법률 개정안을 발의했다. 또한 중간에 매입한 자는 매입 시세를 감안해 초과이익을 산정한다는 내용도 담았다. 현재 상태의 재건축부담금 기준으로는 선의의 피해자들이 다량으로 발생할 것이라는 우려 때문이다.

예컨대 1가구 1주택자로 30여년 간 주택을 갖고 있다가 재건축조합원이 돼 투기라고 볼 수 없는 경우, 또는 높은 가격으로 재건축아파트를 구입한 자의 경우 정상범위를 넘어 부당하게 이익을 환수 당할 수 있는 경우 등에 대한 구제책이다.

앞서 지난달 22일에는 같은 당 함진규 의원도 10년 이상 소유한 자는 재건축부담금을 면제하는 한편 실거래가격을 감안해 초과이익을 산정한다는 내용의 재건축초과이익환수법 개정안을 대표발의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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