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거권 대가·입찰담합… 현대엔지니어링 ‘수상한 수주’ 의혹
철거권 대가·입찰담합… 현대엔지니어링 ‘수상한 수주’ 의혹
현대자동차그룹 이미지 먹칠하는 수주행위 논란
  • 김상규 전문기자
  • 승인 2017.11.20 12: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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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남아파트·수원팔달1·신반포22차 무리한 수주
힐스테이트 브랜드 가치 손상 … 그룹에도 피해
전문가 “정부가 나서 묻지마 수주 뿌리 뽑아야

현대자동차그룹의 계열사인 현대엔지니어링의 수주 행태가 오랫동안 축적해온 그룹과 오너의 명성에 반하는 부정적인 이미지를 만들고 있다는 지적이 높아지고 있다.

최근 현대엔지니어링이 시공자로 선정된 재건축·재개발 현장을 살펴보면 아직까지 수주과정의 후유증과 잡음들이 남아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지난해 수주한 수원 팔달1구역은 구역 유력자의 친척에게 철거권을 넘겨주겠다는 약속을 하고 시공권을 확보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올해 수주한 신반포22차에서는 들러리를 내세운 입찰담합 의혹이 불거졌다. 또한 지난달 수주한 신림동 강남아파트에서는 조합장의 뇌물수수와 경쟁사 편들기 의혹이라는 네거티브 전략을 구사해 시공자로 선정됐다는 의혹을 사고 있다.

대형 건설사의 한 관계자는 “사업수주를 위한 시공자들의 경쟁은 일반인들이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치열하다. 하지만 최소한의 상도의는 지키려한다”며 “하지만 현대엔지니어링은 수주를 해야 한다는 강박관념 때문인지 몰라도 물불을 가리지 않아 업계에서도 혀를 내두를 정도다. 따고 보자는 식의 수주행태가 조합원들에게 큰 피해를 줄 수 있으며, 그룹의 이미지에도 심각한 타격을 입힐 수 있다는 것도 함께 알아야 한다”고 충고했다.

현대엔지니어링이 수주한 조합의 한 임원도 “현대엔지니어링은 수주과정에서 매우 집요하고 공격적이다. 두려움을 느낄 때가 많았다”며 “시공자를 선정한 이후에도 조합이나 조합원들의 피해가 없도록 항상 긴장을 늦추어서는 안될 것이다”고 주의를 당부했다. 

▲현대엔지니어링, 파격적인 공사비 제시로 선정- ‘숨은 의도’ 궁금

지난달 21일 현대엔지니어링은 파격적인 공사비를 제시하면서 신림동 강남아파트 재건축 사업의 시공자로 선정됐다. 현대엔지니어링은 당시 대안설계와 함께 3.3㎡당 공사비 399만5천원을 제시했다.

조합에서는 원안설계든 대안설계든 어떤 경우든 공사비를 인상하지 않겠다는 공문을 보내줄 것을 줄기차게 요구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현대엔지니어링에서는 선정 이후 지금까지 공사비를 인상하지 않겠다는 공문을 보내지 않고 있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대형 건설사의 한 관계자는 “입찰에 참여했던 10대 건설사 두 곳이 같은 현장을 놓고 3.3㎡당 40만원 정도 차이나게 공사비를 제안하는 경우를 지금까지 보지 못했다. 견적을 잘못 냈을 수도 있고 선정 후 다양한 수단을 통해 공사비 인상을 시도할 수도 있다”며 “그나마 서울시의 SH공사가 공동사업시행자로 사업에 참여하고 있으니 다행이다. 조합에서는 SH공사와 함께 지혜를 모아 시공자와의 협상에 임해야 할 것이다”고 말했다.

사실 강남아파트의 수주전은 입찰 전부터 여러 언론들의 많은 관심을 받았다. 대형 현장이나 사업성이 좋은 재건축사업이라는 이유가 아니었다. 바로 붕괴가 우려되는 재난 시설로 지정된 아파트였기 때문이다. 현장을 방문한 사람들은 강남아파트가 무너지지 않을까 걱정했다. 하지만 이곳에는 아직도 수많은 서민들이 거주하고 있다. 이런 현장에서 대기업이 시공권을 확보하기 위해 뛰어든 것이다. 기대도 컸지만 결국 우려도 많았던 것이 사실이다.

강남아파트의 한 조합원은 “시공자가 선정돼 다행이다. 하지만 그 과정을 보면 우려스럽기도 하다”며 “수주전이 끝난 지금도 조합원 간에는 반목과 불신의 후유증도 남아있고 현대엔지니어링의 공사비 인상에 대한 우려도 존재하고 있다”고 걱정했다.

설계업체의 한 관계자는 “대안설계는 대안설계일 뿐이다. 그 설계를 심의하고 통과시키는 것은 시공자나 조합의 몫이 아닌 관의 몫이다”며 “현대엔지니어링에서 제시한 대안설계 역시 심의의 대상이 안되는 경미한 변경이라고 하지만 그렇지 않다. 만약 심의가 지연되어 사업기간이 늘어나면 그 피해는 고스란히 조합원들에게 돌아갈 공산이 크다”고 내다봤다.

정부에서는 향후 현실성 없는 과도한 조감도를 제안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기존 설계안에 대한 대안설계(특화계획 포함)를 제시하는 경우에는 설계도서, 공사비 내역서, 물량산출 근거, 시공방법, 자재사용서 등 구체적인 시공 내역도 반드시 제출하도록 했다.

▲시공자의 구태의연한 수주행태 뿌리 뽑아야

신림동 강남아파트 외에도 여러 현장에서 현대엔지니어링의 수주행태가 도마 위에 오르고 있다. 수원의 팔달1구역이 대표적이다. 이 구역의 수주과정에서 현대엔지니어링은 구역의 유력한 인사를 끌어들이기 위해 그의 친척이 운영하는 철거회사에게 철거권을 약속했다는 의혹들이 제기되고 있다.

구역 인근의 한 공인중개사는 “이 지역에서 영향력이 큰 사람이 있다. 그의 지인 중 한 사람은 철거회사를 운영하고 있다. 현대엔지니어링에서는 영향력이 큰 그 사람을 자기 편으로 만들기 위해 철거권을 주기로 약속했다고 들었다”며 “이들이 주변인들과 결탁해 현대산업개발을 이기는 상황을 만든 것 같다”고 말했다.

한 전문 변호사는 “이런 내용이 사실이라면 이는 ‘시공자 선정등’을 담고 있는 도시정비법 제11조 제5항을 정면으로 위반하는 사항이다”고 지적했다.

신반포22차에서의 수상한 입찰과정도 다시 거론되고 있다. 당시 입찰공고문을 보면 입찰보증금 30억원 중 5억원은 현장설명회 전까지 현금으로 납부하도록 했다.

한 업계의 한 전문가는 “현장설명회 전까지 입찰보증금의 일부를 현금으로 납부한 사례는 거의 찾아보기 어렵다. 특정업체를 선정하기 위한 계략으로 밖에 볼 수 없다”며 “이 구역은 오래전부터 현대엔지니어링이 시공자로 선정될 것이라는 소문이 돌았다. 소문이 현실이 됐지 않은가”라고 반문했다.

이런 상황에서도 현대엔지니어링은 타 현장의 시공권을 확보하기 위해 동분서주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수원 영통2구역과 문정동136구역이 그것이다.

지금 업계에서는 현대엔지니어링의 수주행태에 대한 우려가 매우 커져가고 있다. 현대자동차그룹이나 오너 일가의 명예나 이미지를 위해서도 자성을 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그 어느 때보다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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