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 공급이 계속돼도 집은 부족할 수 있을까?
아파트 공급이 계속돼도 집은 부족할 수 있을까?
  • 박순신 / (주)이너시티 대표이사
  • 승인 2017.09.20 11: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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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정부 들어서 강남을 중심으로 아파트값이 치솟자 강력한 안정대책을 내놓았다. 그러면서 주택공급은 부족하지 않은데도 집값이 오른다는 이야기를 하고 있다.

주택공급이 활발한데도 집값이 오른다는 것은 무엇을 의미하는 것일까? 참 이해하기 어려운 이야기다.

우리가 아는 경제상식으로는 공급이 많아지면 가격은 하락한다는 것이다. 그런데 아파트 가격은 그렇지 않다고 하는 이해하기 어렵다고 표현한 것이다.

강남구와 서초구에는 지난 2년여 동안 많은 신규아파트가 공급되었다. 물론 재건축사업을 통해서 공급되는 것이 압도적이다. 그런데 아파트공급이 많아지면서 분양가격과 거래가격이 치솟는 현상이 나타났다.

정부에서는 이런 현상을 일부 투기세력의 개입으로 판단하고 있다. 투기세력이 대거 분양을 받고, 그리고 재건축아파트도 투기목적으로 사재기를 하면서 아파트값이 오르는 이상 현상이 발생한다고 진단하고 있는 것이다.

정부의 이런 진단도 상당부분은 수긍할 만하다. 실제 수요보다 많은 가수요가 합세해 시장교란이 일어났을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런 투기 세력으로만 해석할 수 있을까 하는 의문이 든다. 주택이 가지고 있는 다른 요인도 일부 작용하는 것은 아닐까 하는 것이다.

주택은 부동산이다. 부동산은 동산과 달리 이리 저리 옮길 수 없는 것이 가장 큰 특징이다. 그래서 주택시장은 특정 지역시장의 문제이기도 하다. 즉, 서울지역에는 주택이 넘쳐나도 지방인 광주나 부산은 공급이 턱없이 부족할 수 가 있고, 반대로 지방은 공급이 많아도 수도권은 공급이 부족할 수 있다. 우리가 사용하는 스마트폰처럼 수요가 많은 지역으로 물건을 옮길 수 없기 때문에 지역시장에 공급과 수요가 적절하게 균형을 이루는 것이 중요하다.

그런데 수도권의 주택시장에서 수요자는 서울에 양질의 주택을 갖고 싶어 한다. 하지만 주택은 서울을 벗어나 수도권 외곽에 공급되는 방식이 지금까지의 일반적인 정책이었다. 서울시내에서도 많은 사람들은 강남지역의 아파트를 보다 저렴하게 구하고 싶은데 강남지역의 공급물량이 한정되는 경우가 적지 않다. 수요와 공급이 균형이 무너지는 경우가 지역적으로 발생하는 것이다.

주택가격의 변동은 단지 공급과 수요의 문제 이외에 우리의 소득이 늘어나면서 가격이 상승하는 경우도 있다. 지난 10여년가 우리의 가계소득이 늘어나 그만큼 구매여력이 커진 소득계층이 늘어났을 수 있다. 소득이 늘어난 계층이 신규아파트와 같은 주택을 구입하는 경우 수요가 증가하는 현상이 발생했을 가능성도 있다. 이들을 단지 투기 세력으로만 보기에는 어려움이 있다.

주택은 토지와는 다른 점이 있다. 토지에는 일반적으로 재투자를 할 필요가 없다. 물론 가끔 토지에도 투자를 해서 환경을 개선해야 경우도 있지만 도심내의 재건축·재개발구역의 토지에는 투자의 필요성이 크지 않다. 즉, 아무런 투자를 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가격이 상승한다면 이를 불로소득이라고 할 것이다. 이런 불로소득에는 과세를 하고, 불로소득의 일정부분을 회수하는 것이 필요할 것이다.

이에 반해 주택은 지속적인 투자가 필요하다. 재건축·재개발과 같이 일시에 대규모 투자가 필요한 경우도 있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지속적으로 투자를 해야 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주택에 투자가 지속되면 가격에는 투자한 비용이 반영되기 마련인데 이 때문에 가격이 상승하는 경우도 고려해 보아야 한다. 즉, 주택가격의 상승이 무조건적으로 불로소득의 성격이라고 단정하기에는 한계가 있다는 것이다.

다음으로는 주택공급이 순수하게 주택의 증가를 가져오는 것인가? 도심의 상당수 주택들은 건축한지 오래돼서 사람이 거주하기에 불편한 요소들을 많이 가지고 있다. 그래서 주인과 세입자는 생활에 여유가 생기면 보다 더 양호한 여건의 주택으로 이동하려는 욕구를 가지고 있다.

주택의 수명이 오래되어 재개발과 재건축사업을 하게 되면 대규모로 주택을 멸실하게 되는데 이때에는 주택의 감소를 가져오게 된다. 그리고 신규로 주택을 신축하는 사업이 일어나기 마련인데 이 경우에도 주택의 절대수가 절대적으로 증가한다고 예단하기 어렵다. 왜냐하면 재개발구역의 경우 1개의 주택에서 여러 세대가 거주하고 있는데 공동주택인 아파트를 짓게 되면 1주택에 1세대만 살게 되어서 종전의 세대수만큼 신규주택을 공급하지 못하는 경우도 많기 때문이다.

이상과 같은 여러 가지 원인이 겹쳐서 나타나는 것이 도시내 주택의 공급과 재고주택의 수량이다. 그래서 활발한 재건축‧재개발사업으로 신규주택이 대량 공급되는 것으로 보이지만 실제로는 대규모 주택의 멸실을 동반하고 있어서 주택의 순수한 증가의 양은 그리 크지 않는 경우와, 노후한 주택에서 신규주택으로 이동하는 수요가 겹치는 경우에는 가격의 불안정한 모습을 보일 수 있다.

근래 들어 강남의 주택가격 상승폭이 지나치다 싶은 것은 분명하지만 주택공급이 충분하다는 인식은 또 다른 불안 요인을 만들어 낼 수 있어서 조심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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