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가 밀어붙인 공공관리제 8년 … 공정·투명성 깨졌다
서울시가 밀어붙인 공공관리제 8년 … 공정·투명성 깨졌다
  • 김병조 기자
  • 승인 2017.07.23 23:2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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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직 공무원들 정비업체 줄줄이 ‘낙하산’
위탁용역 수주에 영향력 행사 배불리기

서울시 공공관리제도(공공지원제도)가 당초 도입 취지와 달리 오작동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추진위원회 구성을 위한 위탁용역사 선정 과정에서 전·현직 공무원과 평가위원으로 위촉된 외부 전문가 그리고 특정 업체가 커넥션 고리를 만들어 일부 정비업체의 독과점 구조를 양산하고 있다는 증언이 나왔다.

공정성과 투명성 확보를 외치며 도입한 서울시 정비사업 공공관리제도가 당초 취지와 정반대로 흘러가고 있다는 것이다. 지금으로부터 8년 전인 2009년, 서울시가 정비사업에 만연한 비리와 업체 선정 부조리를 막겠다며 도입한 공공관리제도가 최대 위기를 맞았다.

▲퇴직 공무원 “나를 너희 회사 부사장으로 영입해 달라”

서울시 공공관리제도가 비리의 온상으로 전락했다는 것을 압축적으로 보여주는 증거가 퇴직 공무원들의 정비업체 전직이다. 대개 ‘부사장’ 직함으로 활동하는 이들 전직 공무원이 정비업체로 이직하면서 커넥션 구조가 시작된다. 전직 공무원이 현직 공무원 후배들에게 각종 정보를 입수하고, 현직에 있었을 때 안면이 있던 평가위원들과도 친분을 쌓아 새로 둥지를 튼 정비업체가 위탁용역사로 선정되도록 영향력을 행사하는 것이다.

자신이 소속된 정비업체를 공공관리 위탁용역사로 선정되도록 한 후에는 본용역의 정비업체로 선정되도록 함으로써 하나의 프로젝트를 마친다. 현재까지도 퇴직을 앞둔 일부 공무원은 노골적으로 몇 몇 정비업체에 자신의 영입을 제안하고 다니는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로 공공관리제 도입 초기 A정비업체가 전직 구청 국장 출신 공무원을 영입한 뒤 수주고가 급격히 늘었다는 소문이 나돌았다. 공교롭게도 그 공무원이 퇴사한 뒤 A정비업체는 수주고가 급락해 전직 공무원의 영향력을 증명했다는 의혹이 따라붙고 있다.

커넥션 고리에 따라 현직 구청 공무원들의 일탈도 벌어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위탁용역사를 평가하는 평가위원 위촉을 좌지우지함으로써 특정 정비업체가 위탁용역을 수주할 수 있도록 외곽에서 영향력을 행사한다는 의혹이다. 

그 구체적인 움직임은 평가위원 위촉 단계에서부터 출발한다. 평가위원 모집을 폐쇄적으로 진행함으로써 소위 ‘말 잘 듣는’ 외부 전문가를 선별해 평가위원 자리에 앉힌다는 것이다. 구청에서 내정된 업체가 위탁용역사로 선정될 수 있도록 평가위원들은 거수기 역할을 하게 되는 구조다.

이로써 몇 몇 평가위원이 내정된 특정 업체에게는 최고점을 주되, 경쟁 업체에게 최저점을 주게 되면 이는 곧바로 당락과 연결된다.

알려진 바에 따르면 서울시 25개 자치구 중 강남구와 동작구, 용산구 등 3개 자치구에서만 외부에 공개적으로 평가위원 위촉 공고를 내고 평가위원 위촉을 진행하는 반면 나머지 22개 자치구는 비공개로 진행 중이다.

나아가 구청이 평가위원을 특정 분야 전문가로 편중되도록 구성함으로써 특정 정비업체에 유리한 구조를 만든다는 의혹도 제기되고 있다.

예컨대 서울 모 구청의 경우 7명의 평가위원 평가로 위탁용역사를 선정하고 있는데, 이에 대한 외부 전문가의 전문 영역 및 위원 배정 기준을 △도시계획 부문 3명 △건축설계 부문 3명 △기타 부문 1명으로 정했다는 것이다.

현행 서울시 공공관리 정비사업전문관리업자 선정 자격심사 기준Ⅱ에 따르면 전문가의 주관적 평가가 전체 점수의 60% 비중을 차지해 위탁용역의 수주 당락을 결정한다. 이 때 이 같은 구청의 평가위원 위촉은 도시계획과 건축설계 분야와 인맥이 있는 정비업체가 당선될 수 있도록 판을 깔아준 것이라는 증언이 이어지고 있다.

▲커지는 짬짜미 의혹... 평가 며칠 전부터 위원 명단 외부에 돌아

공공관리 커넥션의 존재를 증명하는 보다 명백한 증거는 위탁용역사로 정비업체를 선정할 평가위원의 명단이 평가일 며칠 전부터 외부에 나돈다는 점이다. 이 정보를 아는 정비업체와 모르는 정비업체 사이에서 공정한 경쟁이 이뤄질 리 없다.

명단을 입수한 정비업체 대표가 평가위원과 접촉해 자사에게 유리하도록 눈도장을 찍어 놓기 때문이다. 특히 명단 누출은 내부 공무원의 협조가 없이는 불가능하다는 점에서 구청 공무원과 업체 간 결탁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실제로 최근 한 정비업체 관계자는 용산구에서 진행된 B아파트 위탁용역 정비업체 선정을 위한 평가위원회가 열리기 며칠 전 모 업체로부터의 문자 메시지를 통해 ‘몇 몇 평가위원을 포섭했으니 입찰을 포기하라’는 종용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 업체 관계자는 B아파트의 위탁용역에 많은 노력을 쏟았기 때문에 그간의 노력이 아까워 현장에 참석해 프레젠테이션을 했는데, 결국 2등에 머물러 수주에 실패했다고 전했다.

이 업체 관계자는 “B아파트 수주를 위해 두 달 전부터 단지 안을 오고가며 모든 토지등소유자의 등기를 다 발급받고, 주민 설문조사까지 무료로 해준 결과, 평가 당일 참석 평가위원들로부터 충실한 내용이었다는 찬사를 받으며 기립 박수를 받았음에도 불구하고 허무하게 탈락했다”며 “이후 공공관리 위탁용역에 커넥션 고리가 있다는 것을 직감하고 이후부터 공공관리 위탁용역에 참여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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